2009/12/27 06:01

[DTB] EP12(完) : 오카무라 텐사이,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감독 Ani Briefing : Episode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11화까지 차근차근 진행하다가 12화에서 급하게 마무리 지은 듯한 느낌의 DTB 2기였다. 12화에서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린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더많은 의문들이 생겼다. 설정 부분에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흐름만을 즐겨본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말이겠지만, 이자나미와 이자나기의 관계와 각 조직간의 세력구도 변화 등등에 관심을 둔 분들에게는 몹시 불만족스러운 결말이 되어 버렸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큰 기대를 두고 보지 않아서 실망감은 그리 크지 않다. 원래 1기 자체도 그 하드보일드한 이야기 분위기와 역동적인 이능력 배틀씬이 좋아서 봤지 전체적인 설정이 맘에 들어서 본건 아니다. 그래서 브리핑 내에서 설정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말한 적도 없다. 

 조직과 러시아, CIA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혹은 인이 이자나미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헤이와 스오우, 줄라이 간의 종말을 향한 로드 무비가 되었다. 헤이는 인을 죽이기 위한 여행이 되었고, 스오우와 줄라이는 신세계를 향한 여정이 되었다.

이것이 여행의 종착점. 
 

  이 여행이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헤이는 알콜중독자에서 스오우를 만나 다시 인을 죽음을 받아들일수 있을 만큼 성장하게 되어다. 스오우와 줄라이는 감정이 없는 계약자에서 점차 감정을 되찾게 되고 종국에는 평화로운 일상을 얻게 된다. 이점과 결말만 보면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비록 모든 사람들이 같은 시공간에서 행복할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각자의 입장에서는 해피 엔딩이니까. 

 순수하게 감정적으로 말하자면 난 이 작품을 보고 몹시 기분이 나빴다. 이 작품에서 스오우와 줄라이의 결말 때문이다. 여기서 이자나미 "인"은 혼을 다루고, 이자나기은 "그릇"을 담당한다. 이자나기는 새로운 지구를 복제하고, 이자나미는 떼어넨 혼을 복제한 지구로 보낸다. 현실에서 고통받는 계약자들을 새롭게 만들어낸 낙원에 보내주어 행복하게 만든다. 과연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울프스 레인, 점차 사라져 가는 늑대들이 꽃의 소녀 체자와 함께 낙원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이야기


 이 부분을 보면서 본 작품의 감독인 "오카무라 텐사이"의 대표작 "울프스 레인"이 떠올랐다. 4마리의 늑대가 꽃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그 여행의 종착점은 세계의 멸망, 그리고 재생이었다. 멸망 이전에 고통받고 힘들었던 존재들이 재생된 세계에서 각자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을 보고 엄청나게 우울한 적이 있다. 마치 현생이 고통이니 다음 생을 바라자라는 메세지를 보는 것 같아서. 이번 DTB 유성의 쌍둥이도 스오우와 줄라이 입장에서 보면 이 부분과 크게 다를바 없어 보였다. (다르게 해석할수 도 있지만...) 

2기에서 그나봐 봐줄만했던건 가끔가다 보여지는 이런 상황이라고 할까?


 전체적으로 DTB 시리즈의 한계를 여실하게 확인했던 2기였다. 1기에서 지루한 전개와 마지막의 그 결말때문에 오카무라 텐사이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2기를 보고 나니 이 생각은 확고해졌다.(그래도 다수의 각본가의 참여 덕분에 2기의 전개는 1기보다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3기가 나오면 결말 만큼은 각오해야할 것 같다. 보나마나 그 결말은 보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테니까.

PS. DTB 2기에 대해 깔끔한 설명이 있는 포스팅입니다. ☞ 아무리님의 DTB 2기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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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ROIEL 2009/12/27 06:05 # 답글

    이자나미와 이자나기의 관계에 대해서(일본신화) 모르는 저는 이 이야기가 겉으로는 뭘 말하고자하는지 모르겠더군요.
  • 나유 2009/12/27 08:22 #

    저도 찾아봤지만, 둘이 만나서 세계 새로운 세계 만든다는 것 빼고는 별 의미를 못찾겠습니다. 몰라도 상관없는 이야기 같습니다. ^^
  • 카를레아 2009/12/27 10:44 # 답글

    아아...울프스레인...ㄱ-);;; 그랬군요;;;
    으음 저도 나유님과 비슷한 시점으로 보고 있었더니 실망감은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3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뭔가 우울해질거 같다라는 말씀에 겁이 나네요;;; (전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어보렵니다...ㅠㅠ)
  • 나유 2009/12/27 16:17 #

    사람이 원래 변하니까요. ^^ 달라질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울프스 레인에 정말 경악해서 그 편견이 강하게 자라잡았지만요. (웃음)
  • 린쿠 2009/12/27 12:15 # 답글

    DTB 2기의 결말은 감독 특유의 색깔이었군요..ㄱㅡ....
    3기는 그냥 콱 감독을 바꿔야 하나......(먼 산)
  • 나유 2009/12/27 16:19 #

    1기도 계약자의 세계냐, 인간의 세계냐 둘중하나를 고르는 엔딩이었죠.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서 현세계가 유지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오카무라 텐사이 감독이 스타일이 변하거나 아니면 다른 감독이 맡아줬으면 합니다. ㅠ_ㅠ
  • 피오레 2009/12/27 13:32 # 답글

    망념의 잠드의 대실패 이후 본즈가 비상용으로 급하게 꺼내든 카드라는 느낌의 DTB 유성의 쌍둥이였습니다.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 설정은 모조리 맥거핀으로 만들어버리는 결말이 여러모로 말이 많을 법 하더군요. 노골적인 '칠흑의 꽃을 보세요!' + '많이 팔리면 3기 나옵니다.' 라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 나유 2009/12/27 16:21 #

    2기 엔딩을 보니까 저도 그런 생각입니다. 본즈의 강철의 연금술사가 과거의 그 괴물같은 판매량에 못미치기도 해서 더욱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근데 본즈도 망념의 잠드도 그렇고, 이번에 유성의 쌍둥이도 그렇고 어째 마무리 부분에서 많이 약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 블머n진 2009/12/27 14:27 # 답글

    유성의 쌍둥이는 흑의 계약자보다 더 상업적이였던...(많이 응원해주시면 3기가 나와요!도 대박이였고)
    저도 '다른 세상에서 행복해진다' 란 결말은, 정말 뭐랄까... 제 가치관에서도 배드엔딩으로 받아들여야할지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여할지 기분이 좀 그러더군요.(개인적으로 줄라이X스오우를 지지)
    저는 스오우와 줄라이의 결말에 울프스 레인을 떠올리기 보단, 어떤 게임에서 절대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이 있었는데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기억을 빨아들어 자신의 기억과 함께 기계속에 넣어서 '가상 공간속에서 그 두명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때문에 당황했던게 생각나더군요.
    졸면서 쓰다보니 말이 뭔가 안맞는 기분이네요.. 양해를[..]

    아, 인은 죽은건지, 살아있는건지.. 기분이 좀 씁쓸합니다.
    개인적으로 '헤이는 인을 죽인게 아니라 이자나미 로서의 능력을 뺏은것뿐!'이였으면 했지만 그녀가 죽었을 확률이 더 높아서 좀[..]

    P.S 그러고 보니 미사키는 3기때 몇살로 나올려나요...[..]
  • 나유 2009/12/27 16:23 #

    저도 이 엔딩을 어떻게 받아들여하 할지 모르겠더군요. 어찌보면 해피엔딩이고, 어찌보면 배드 엔딩이고... 마치 서유기의 선리기연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인에 대한 설명은 본문에 아무리님의 정리글 링크에 있는데 그말이 설득력 있는 것 같습니다.

    3기때는 서른 줄을 넘기겠지요... 이거 애니에서는 애엄마, 아줌마 나인데...
  • S¸C¸ 2009/12/27 21:01 # 답글

    개인적으로, 오카무라 텐사이는 소재나 플롯을 생각해 내는데는 천재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능력에 있어서는 이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고보면, 이 사람의 열등감은 아마 영원히 에바로 지속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선가에서의 인터뷰에서, 과거 에바를 만들때의 열등감, 그리고 그들(가이낙스)이 자신의 콘티를 전부 바꿔 버렸을때의 눈물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는듯 해서 씁쓸하더군요. 만약 이 사람이 그러한 열등감 없이 가이낙스에서 착실한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쯤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배양기를 빨리 튀쳐나온 미완의 대기들은 아쉽기만 합니다.
  • 나유 2009/12/28 01:01 #

    오카무라 텐사이가 가이낙스 출신이었군요. 그리고 그가 에반게리온의 콘티 초안을 담당했었다니 몰르는 사실이었습니다. 좋은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본즈에서 라제폰이라는 짝퉁 에바를 만든 게 떠오릅니다. 이것도 그 결말이 종말과 재탄생이라는 점에서 울프스 레인과 일맥상통하는데 왠지 오카무라 텐사이의 냄새가 많이 납니다. (웃음)

    결말처리부분만 아니면 정말 좋아하는 감독인데 S.C.님의 말씀을 들으니 정말 아쉬운 기분이 듭니다.
  • S¸C¸ 2009/12/28 03:09 #

    공식적인 출신은 MADHOUSE 입니다만, 그곳을 퇴사하고 프리랜서가 된 후, 가이낙스에 잠시 들어가「신세기 에반게리온」콘티 작업으로 참여했었습니다. 12화, 18화의 콘티를 담당했었습니다만, 나중에 개인 인터뷰를 통해 그 당시의 콘티는 거의 대부분 가이낙스 메인 스탭들에 의해 수정되었다고 하지요. 확실히 내부 스탭들과 외부 스탭이 느끼는 감성의 차이는 어느정도 있는것이니까요. 물론, 자신은 분했다고 합니다만 (웃음)
  • 나유 2009/12/28 15:15 #

    열심히 만들었는데 수정되버리면 거참... 굴욕중에 굴욕이겠네요. ^^;;
  • Hineo 2009/12/28 13:01 # 답글

    3기가 나올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결말은 뭐랄까... '안이한 결말'이 아니라 '능력 부족'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

    본래 시작할 때부터 '두 갈래의 이야기'에 가까웠던 스오우의 이야기와 헤이의 이야기를 하나로 합쳐놓은 것은 뭐 그렇다고 칩니다만, 그 '합쳐놓을때 쓴 접착제'가 거의 외부 세계(= 뜬금없는 이야기)에서 온거나 다름없는 것이라던가, 어찌보면 이 애니의 '메인 주제'라고 주장하는 '스오우의 여행'이 사실 이번화를 제외한 나머지 화에서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분명 이야기 자체는 스오우의 여행이 맞습니다만, 이 애니는 태생부터 '음모론'의 성격이 강한지라 요런건 잘 안 드러나죠) 등. ...개인적으로 제일 어이없었던 것은 '조직은 멸망했다'란 미사키의 나레이션이었습니다. 다 죽어가는 조직 다시 살려낼 줄 알았는데 이번엔 그냥 폭발분쇄(...1기때는 밑바닥으로 '쳐박았죠')시키는걸 보면 어째 제작진이 조직 안티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1기때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2기도 역시 결말이 지금까지의 완성도를 다 뒤집어 놓는군요.(-_-;;;) 제작진은 DTB의 강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나유 2009/12/28 15:21 #

    전 조직이 그렇게 약한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브라질이 던가? 아무튼 천국전쟁에도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계약자를 그냥 장기말처럼 사용하던 조직이 삼호기관 좀 운영하다가 맥없이 쓰러지는 모습 보면서.. 제가 다른 작품 보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갭이 느껴져서 나중에는 그냥 무시해버렸죠.

    사실 제가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헤이의 캐릭터성과 배틀액션, 계약자 설정등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음모에만 치중해서 이것저것 설정만 하면 중간을 재밌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엔 날림에 허무해지기만 하죠. 게다가 좋았던 점까지 다 깎아 먹고요...

    Hineo 님 말씀대로, 새로 3기를 준비할때는 지금까지와는 뭔가 좀 바뀌어야 할겁니다.
  • S¸C¸ 2009/12/29 22:33 # 답글

    오카무라 텐사이 감독의 인터뷰가 이번 코미케에 나왔길래 번역해 보았습니다.
    http://scblog.tistory.com/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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