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5 19:07

[히스토리에] 왜 에우메네스인가? Comics Review


왜 에우메네스인가?

 

에우메네스는 역사상 이름이 높은 여러 전장 그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분명 수많은 작전에도 참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왕이나 다른 장수와 함께 이름이 남아있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그가 기록하는 쪽의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기록하는 일을 그만둔다. 그때부터 기록자는 기록당하는 쪽이 되어 역사의 무대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이와아키 히토시, 히스토리에1권 중에서 발췌>

 

 이와아키 히토시는 분명 대단한 작가입니다. 단편집, 뼈의 소리부터 그의 대표작 기생수, 칠석의 나라, 그리고 유레카까지 어느 것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주제에, 깊은 성찰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드라마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번에 연재 중인 그의 최근작 <히스토리에> 역시 이런 작가의 역량이 모두 담겨져 있는 작품으로 1권이 발행되었을 때부터 그 스케일의 거대함, 치밀한 고증, 그리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많은 팬들의 기대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 1 7개월이라는 공백 끝에 발행된 제 5권에서는 드디어 주인공은 필리포스2세에게 거두어져 알렉산드로스3세와 만나고, 마케도니아 제국의 몇몇 주요인물들과 조우하는 등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그 흥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그 인물들이 알렉산드로스 원정에는 물론 사후 전개된 디아도코이 전쟁에서 활약 하게 되는 주요 장군들이라는 점에서 상당이 고무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이와와키 히토시는 어느 인터뷰에서 오래 전부터 역사적으로 이름있는 무장을 주인공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가 일본 전국시대부터 고대 서양사까지 두루 조사하면서 주목한 인물이 바로 무명에 가까운 장군 에우메네스 였습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영웅상이 섬세하면서, 배려가 있고, 다루기 어려우면서, 냉철해야한다고 보는데 그 영웅상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바로 에우메네스라고 생각하였던 것이죠.
 

 이와아키 히토시가 주목한 에우메네스라는 인물은 그가 히스토리에라는 작품을 선보이기 전까지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함께 원정을 수행한  부장 중에 유일하게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이름을 올린 장군임에도 불구하고,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완역본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의 이름은 몇몇 소설에서나 잠깐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죠.(그것도 유약한 문관으로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임종을 맞이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에 수록된  정보로는 알렉산드로스 부장 중 매우 유능한 장군이라고 언급과, 안티고노스에게 대항하다 부하의 배신으로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이한 인물로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좀더 심하게 말하자면 제국의 통합을 위해 싸우다 배신당하여 허무하게 죽어버린 인물로 역사적으론 거의 무의미한 존재이지요. 그러나 그런 관점을 떠나, 알렉산드로스 사후의 그의 활약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인물이 그리 간단한 언급할 만한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에우메네스라는 인물을 일단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마케도니아인이 아니면서, 마케도니아 왕가에 끝까지 충성을 지킨 용병술과 책략에 능수능란한 장군, 그리고 뛰어난 행정관이라는 이미지입니다. 마케도니아 인이 아니면서 국가 중추에 서 있었으며, 심지어 문관출신이면서 군사적 재능조차 다른 부장들의 능력을 압도 했기에 많은 마케도니아 인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받은 인물이었습니다. 또한  그를 중용한 필리포스2세와 알렉산드로스3세가 죽고 나서 죽을 때까지 왕가에 충성을 지킨 몇 안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활약상만 본다면 가장 돋보이는 존재입니다. 그는 마케도니아 장군들과의 항쟁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죄인이 되었다가, 고생 끝네 동방제국의 총사령관이 됩니다.) 또한 그는 제국분리파의 야심에 대항하면서도 그의 권력과 능력을 시기하는 아군에게서 항상 목숨을 위협받는 인물이기도 하였습니다. 안팎으로 적을 두고 고독한 전쟁을 수행해야 했던 그는 진실로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인생의 굴록이라는 면이라는 측면에 본다면 이런 에우메네스의 일생은 어떻게 보면, 동시대의 위대한 인물인 알렉사드로스 3세보다 더 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닦아놓은 기반과 우수한 부하들을 바탕으로 모든 전쟁에서 승승장구하였고, 그가 겪은 고통이라곤 동성애 관계라고 오해받을 정도의 친구인 헤파이스티온의 죽음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그다지 드라마틱하다고는 할수 없습니다. (다리우스 3세와의 전쟁 자체의 극적 승리는 어디까지나 전술적 의미의 극적이지 드라마성 면에서 극적이라고 볼수 없습니다. 또한 다리우스 3세와의 가우가멜라 전투 이후의 알렉산드로스의 전쟁은 거의 잔당처리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 알렉산드로스 3세가 인생의 커다란 굴곡없이 승리만을 맛보다 살다가, 세계를 정복하고 나서는 더이상 전쟁을 벌일 수 없게되자 연일 술만 마시다가 죽어버린 사실을 보면 알렉산드로스의 인생자체는 그리 큰 재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나관중의 삼국지에서 조조보다 유비가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이유는 바로 주인공의 인생역정이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동시대의 인물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알렉산드로스 3세와 에우메네스의 삶과 죽음을 비교해보더라도 작가로서는 에무메네스에게 자연히 눈이 가는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에우메네스가 필리포스2세, 알렉산드로스 3세 2대에 걸쳐 중용된 인물이라는 사실과 왕의 사후 그가 보인 행적을 보면 알렉산드로스가 펼친 여러 업적에 에우메네스라는 인물이 깊이 관여했이라는 사실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조조의 둔전제가 사실 모개의 제안으로 시행된 것처럼) 즉, 알렉산드로스의 위업을 어느 정도 에우메네스에게 돌릴 수 있다는 점을 본다면, 에우메네스가 이야기 내에서 가지는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되지요.

 무명의 전쟁 영웅(부하의 배신을 빼면 거의 전승에 가까운 승률)에, 안팎의 적을 상대해야했던 기구한 인생, 그리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대왕의 조언자였다는 사실은 이 인물이 여느 인물보다 다른 톡특한 색깔을 지닌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작가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물도 없을 겁니다.  


  

(디아도코이 전쟁에서의 에우메네스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이후 글을 통해 올릴 예정입니다.)


덧글

  • 광대 2009/06/05 23:11 # 답글

    어제 스캔본으로 재탕했는데 일단 사서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들더군요 ㅠㅠ

    흠 왠지 최후를보니 씁쓸하네요...

    어찌되는 10년은 거뜬히 갈것같으니 느긋하게 봐야겠죠 ㅋㅋ
  • 나유 2009/06/06 02:06 #

    발행주기가 거의 1년 반 정도되니, 이 정도는 모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봅니다. ^^ 저 역시 10년 정도 연재될것 같네요. ㅎㅎ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작품을 만날수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즐겁습니다.
  • JOSH 2009/06/06 08:32 # 답글

    요즘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히스토리에 화제가 나와서
    '어이구 알렉산더 아직 왕도 안되었던데 세계원정 나오려면 한참이겠네' 하길래
    '이 사람은 알렉산더 사후가 진짜 야' 라고 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 나유 2009/06/06 18:09 #

    지금 연재 속도로 알렉산더 사후까지 갈걸 생각하면 좀 아찔해지네요. ^^
  • .. 2019/07/10 02:29 # 삭제 답글

    아직도 10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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